한국 대학생들의 비판적인 사고와 영어쓰기 향상을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 모형 연구: 현대적 풍자 그로테스크와 메타포를 중심으로*
A Study of a Media Literacy-Facilitated Class Model to Improve Korean Undergraduates’ Critical Thinking and English Writing: Focusing on Modern Satiric Grotesque and Metaph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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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 Abstract
This study explored a media literacy-facilitated learning model to activate EFL undergraduates’ writing performance and critical thinking. While cultivating learners’ media literacy ability, it designed a learning environment to stimulate critical thinking through metaphors and grotesque pictures. The participants (N = 57) tried to find each metaphor while seeing grotesque images from the movies of Parasite (Bong, 2019) and Joker (Philips, 2019). In the process, they learned how to respect peers’ ideas through similarities and differences. They could extend their existing knowledge when allowed to review the social or economic issues that the grotesque images revealed. They reproduced short sentences online in the group Kakao talk room when given specific words aligned with the pictures. When planning their writing, selecting the appropriate words, and correcting their sentences, they reorganized their thoughts and produced a theme-based essay. These activities affected their language performance as the learners could acquire long-term retention about vocabulary use. A paired t-test and One-way ANOVA analysis showed their language proficiency improvement. Their writing shows specific forms (to verb, and to noun) more frequently to express the metaphors of a mask. Accordingly, this model activated critical thinking through metaphor and the satirical grotesque.
I. 서론
AI 인공지능이 활성화되는 4차 산업 시대에는 복잡하고 다양화된 사회이기에 단순한 암기식 지식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는 문제 해결력, 소통 능력, 공감 능력과 창의적 융합능력을 지닌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따라서, 21세기의 시대적 상황에 적합한 통합된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서 교육 현장에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수준을 넘어 학습자의 능동적 토론 및 비판적인 사고력을 키우며 창의성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사회적, 문화적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Lee, 2017). 이는 통합적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강조한 것인데, 시대적 변화와 더불어 리터러시 교육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는 21세기의 젊은 청년들이 SNS, 페이스북, 유튜브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하게 되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도 관련이 있다. 첫째, 한 가지 정보의 진위를 제대로 판단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또 다른 정보가 유입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젊은 청년들은 독자로서 호기심을 가장 자극하는 머리글을 선택하기 쉽다. 둘째, 온라인상 즉각적이고 짧은 글에 익숙한 청년들은 글쓰기가 더욱 간략해지고 축약어가 일상어가 되는 상황에 처해있다. 이 경우, 무 비판적으로 정보를 수용하고 이를 전달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의 비판적 읽기와 쓰기를 강화한 통합 수업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Rasool 외, 2001). 셋째,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미디어 메시지를 비판적, 이성적, 독창적으로 생산하고 소비하는 생산소비자형 문화(prosumer culture)를 발전시키기는 노력이 필요하며,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보완해줄 수 있는 다양한 커리큘럼 개발이 절실하다(García 외, 2014).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본 연구는 한국 대학생들의 리터러시 향상을 위한 양질의 수업모형의 필요성에 주목하였다.
인간의 경험이 사회문화적, 경제적, 정치적 그리고 역사적 측면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컬어 인문주의적 리터러시(humanistic literacy)라고 규정하는데, 이는 학습자의 도덕적 자주성, 사고의 자유, 개인적 진정성 등을 개발시키며 비판적 사고력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기본적으로 인문주의, 인문주의자, 그리고 이들과 관련성이 있는 인문 교육 등, 이 모든 것들의 공통점은 better than we are의 개념을 강화하는 것이다(Liu & Sun, 2016). 그러나 사회적 문제의 실체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서 인문 교육의 실현을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비판적 리터러시 강화 수업은 삶의 불안감 때문에 우리 시대의 청년들이 외면하기 쉬운 혹은 외면하고 싶은 사회적 부조리, 불평등과 같은 문제의 실체를 대면하게 해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청년의 시각에서 사회현상을 재평가함으로써 청년들이 직접 문제해결의 방향을 고민해볼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비판적 읽기와 쓰기가 학습자의 자신감을 강화하여 자신의 환경을 변화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와 의지를 길러주기 때문이다(Freire, 1993). 비판적 리터러시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서 교수자는 새로운 컨텐츠와 환경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데, 특히, EFL 환경에서는 학습자들이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활동 및 그룹 토의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교수학습모델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Zappe 외, 2009). 특히, 한국 대학생들이 입시 중심의 교육 현실 때문에 충분한 자기 의사 표현의 기회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협동의 경험을 통해 동료와 사회적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수업형태는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수업 과정에서 말하기 및 듣기 지도가 강조되는 것과 달리, 쓰기 지도는 충분히 다루지 못한 실정인데, 이는 교실이라는 물리적 제한 공간과 제한된 수업시간 때문에 학습자들 모두에게 피드백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양한 영상자료를 비판적으로 읽고 동료 간 토의과정을 거친 쓰기 활동은 글의 해석력과 사고의 논리성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쓰기는 읽기 및 말하기의 언어 활용능력과 인지능력에 영향을 주는 통합적 기능을 지니고 있다(Hampton, 1989; Hayes & Flower, 1980). 따라서, 쓰기를 통해 한국 대학생들은 본인의 생각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취업을 준비하는 한국 대학생들이 영어 자기소개서 및 영어이력서를 작성할 무렵, 영어문장 쓰기 경험이 부족한 학생들은 상당한 어려움과 부담감을 느낀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단순히 문장을 열거하는 수준을 벗어나 논리적이고 함축적으로 자신을 소개할 수 있는 쓰기 능력과 자신의 장단점을 정확히 판단하는 사고능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Xu 외, 2022). 이 점에서 본 연구는 학습자들이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접하게 된 정보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능력, 즉 미디어 리터러시를 발전시킬 기회와 다양한 영어 쓰기 경험을 통해 정보를 논리적으로 분류하고 정리할 기회를 탐색하고자 한다. 특히, 학습자가 그로테스크의 현대적 역할과 메타포의 기능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을 발전시킬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모형이 어떻게 구성되어지고 한국 대학생들에게 미치는 교육적 효과에 관해 실증적 분석을 하였다.
본 연구에서 그로테스크를 미디어 리터러시 수업 디자인의 주 소재로 택한 이유에는 사회적 불공정성을 표출함으로써 공정성이라는 시대적 중요성을 상기시킬 수 있는 그로테스크의 사회 미학적 특징 때문이다(Kim, 2021). 그로테스크의 사회 미학적 종류로는 첫째, 상투적 언어 형태를 타파하는 언술적 그로테스크, 둘째, 기존의 질서 변화를 표현하는 문화적 그로테스크, 셋째, 반미학적인 것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는 예술적 그로테스크로 나뉘는데, 폭로, 위반, 전복 등의 함축성을 전달한다. 그로테스크에 대한 사회적 반응을 알아보기 위한 Kim(2021)의 연구에서 총 136개의 매체로 이루어진 네이버 기사제휴 미디어를 대상으로 기사 본문에서 그로테스크 연관단어(연도별)를 비교한 결과, 2008년~2013년 기간에는 50~60개였던 연관어가 2018년 133개로 급증했다. 여기서 133개가 상반기만의 수치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실질적으로 대폭 증가했다고 말할 수 있는데, 이는 한국사회에서 그로테스크에 대한 관심이 예술, 문학을 넘어 사회영역으로 실제 증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적 범주에 속하는 연관어의 비율이 2009년 0%에서 2018년 상반기에는 22.2%로 상승했다. Kim(2021)은 그로테스크가 비정상인 것을 정상화하려는 노력, 소외된 주변의 것을 중심으로 이동시키려는 과정에서 우리의 비판적 시각과 사고능력을 자극하고 양면성을 제시하면서 사회적 포용능력을 확장시키는 주제임을 강조했다. 그로테스크가 사회 변화를 알아차릴 수 있는 핵심 키워드라는 Kim의 주장을 고려하면 한국 대학생들이 글로벌 시민으로 발전하기위해서 사회 질서와 가치관의 변화를 주목하는 데 유용한 학습도구가 될 것이다. 또한 그로테스크가 내포하는 함축성은 언어의 조합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우리에게 제공하는 메타포(metaphor)의 기능과 유사하다. 사고의 중심역할을 하는 은유의 언어적 표현, 시각적 표현을 이해하고 그로테스크 이미지의 의도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사고활동을 자극시키고자 한다. 따라서, 본 연구는 그로테스크와 메타포의 융합적 활용을 통해 다음 두 가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였다.
1.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이 한국 대학생들의 쓰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2.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이 한국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가?
II. 선행연구
1. 통합적 미디어 리터러시
1)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필요성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란 SNS, 페이스북, 유튜브, 뉴스, 광고, 또는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 컨텐츠에 표현된 내용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비판하고 평가, 분석할 수 있는 능력을 일컫는 데(Hobbs, 1996),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비교하고 분석 가능한 수업을 유도한다. 교육적 함의는 다음 두 가지로 요약 설명할 수 있다. 첫째, 융합능력을 강화한다. 영상 속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단순히 지적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동료 간 토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점검하며 타인의 의견을 수렴하는 일련의 가치 있는 활동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시각적 사고를 통한 분석적 읽기가 가능하며,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력 역시 활성화될 것으로 본다. 또한,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을 발전시키는 동시에, 영상 예술을 통한 시각적 사고의 발전과 창의적 사고를 촉진할 수 있고, 예술과 기술의 융합 수업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외국어 학습에서 강조하는 5C, 구체적으로는 의사소통(communication), 문화(cultures), 연관성(connections), 비교(comparisons), 그리고 공동체(communities)에 대한 인지능력을 종합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교육적 효과를 높일 수 있다(Oxford & Ghono, 2018). 둘째, 언어적 및 비언어적 지식을 통합적으로 습득할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내용, 질문, 언어 습득 과정이 통합적으로 일어날 수 있으며, 이러한 질문접근방식은 듣고, 보고, 읽기가 모두 가능하게 한다(Adey & Shayer, 1994; Pineda, 2003). 직접 전달되는 대사 및 상황제시 지문을 통한 목표 언어의 학습 외에 비언어적 습득을 가능하게 한다. 구체적 예로 원어민의 몸짓, 목소리, 얼굴표정, 자세 등을 통해 목표 언어에 노출되는 기회가 적은 한국의 EFL 학습자들이 생생한 사회, 문화, 경제적 체험을 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실제 그러한 상황에 마치 처한 듯한 생동감을 느낄 수 있기에 강한 스토리 몰입을 유도하고 학습자의 주의력을 상승시킨다. 실제로 EFL 학습자들에게 문법을 지도할 때도, 단순히 암기식 문법 구조보다는 의사소통의 방법에서 지도하는 것이 효과적이기에 미디어를 활용한 수업은 총체적 언어 학습 목표를 달성하기에도 유익할 것으로 본다(Incecay & Dollar, 2011; Lin & Lee, 2015).
2) 비판적 사고와 비판적 글쓰기의 활성화
미디어 리터러시는 영국, 캐나다, 호주, 스코틀랜드, 스페인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7학년부터 12학년까지의 학생들에게 Language Arts 프로그램의 일부로 제공할 정도로 공식적인 위상을 차지한다(Hobbs, 1996). 또한, 인지발달과 소비 행동이 상당히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미디어 콘텐츠에 대한 왜곡된 견해를 갖지 않도록 어린아이 때부터 각 성장 단계마다 알맞은 지도가 있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미디어 메시지의 온전한 이해는 개인의 인지 성숙도와 관련되며 학생들이 민주사회에 참여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기술이라 보기 때문인데, 이러한 외국의 인식에 비해 우리나라의 입시체계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그 중요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실 내에서 활발히 일어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또한, 영어 수업은 쓰기에 비해 문법과 독해에 많은 시간이 편중되어 있고, 영어수업 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기술을 함양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부재한 실정임을 고려하면, 한국 대학생들에게 미디어 메세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본인의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수업은 절실하다고 본다. 미디어 리터러시가 비판적 사고력과 쓰기를 활성화할 목적으로 통합적 수업모형에 사용될 수 있는 학술적 근거는 미디어 리터러시-비판적사고와 쓰기-비판적 리터러시에 이르는 유의미한 연결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첫째, 영화를 포함한 영상자료는 읽기를 문서상의 글이 아닌 시각화시킨 것이라 볼 수 있다. 따라서 영상 언어와 문자언어 두 가지가 융합된 것일 뿐만 아니라, 시각 자료에 청각을 포함한 교과통합 자료로서 학습자의 사고력을 활성화시킨다(Dale, 1969). 둘째, 미디어를 통한 수업은 학습자들이 숨겨진 메시지를 찾도록 도울 뿐만 아니라 다각적 시각을 제공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리딩(conscious reading)이며, 이 과정에서 학습자의 독해력을 향상시킬 뿐 아니라 쓰기 동기를 자극한다. 이를 통해 비판적 교수법에서 말하는 비판적 리터러시(critical literacy)를 발전시킬 수 있다(Kuo, 2014). 셋째, 쓰기는 자아 형성의 도구 역할을 하는데 사회적 틀 내에서 학습자들이 겪은 자신의 경험을 써 내려가는 동안 도덕성에 대한 인식개선 및 사회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Huang(2011)의 실험에서 교수자가 의도적으로 인종, 젠더, 계층에 대한 추정이 가능하도록 학습자들을 유도하지 않았음에도 학습자들은 비판적 리터러시를 경험하면서 쓰기 동기를 자극받았다. 참여 학습자들은 비판적 리터러시는 글쓰기를 유의미한 활동으로 만들어 주어 자신의 사고력을 향상시키는 일종의 음식으로 비유했다. 즉, 학습자들은 글쓰기라는 안전한 구역(safe zone)에서 사고력을 활성화할 수 있다(Huang, 2011). 넷째, 비판적 리터러시는 표현된 것 외 표현되지 않은 것까지도 이해하는 힘을 길러주기에, 세상에 대해 더 깊은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발전된 연결성들이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의 필요성과 발전 가능한 미래를 보여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쓰기를 통해 학습자들은 통제된 감정과 부정적 감정을 표현하고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다. 익명으로 대학생들의 표현적 글쓰기를 주기별로 시도한 실제 실험에서 학생들의 부정적 감정이 점점 줄고 긍정적 감정이 증가했다는 Jung(2018)의 연구는 쓰기를 통한 카타르시스적 효과를 증명한다.
2. 비판적 쓰기를 위한 비판적 사고의 촉매제: 그로테스크와 메타포
비판적 글쓰기를 위해서 우선 필요한 것은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력을 자극하는 일이다. 단순히 읽는 행위만 가지고 쓰기가 향상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게다가 텍스트가 가치 중립적으로 제시되지 않기 때문에, 비판적 읽기가 꼭 필요하고 쓰기가 통합된 활동이 중요하다. 글을 수정하면서 습득한 지식과 피드백을 활용하고 내재화할 수 있는 그룹이 그렇지 않은 그룹보다 쓰기 능력이 더 향상되었다는 결과를 참고할 때(Yeon, 2002), 미디어 메시지를 분석하고 동료와 의견을 교환하면서 자신의 사고를 정립해 나가고 쓰기 활동에 참여하는 일은 동료의 피드백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를 키울 것이고 쓰기 능력을 긍정적으로 개선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에 유익하고 비판적인 글쓰기 동기를 자극할 요소로 그로테스크(grotesque)와 메타포가 지니는 긍정적 역할에 주목하였다.
1) 그로테스크의 교육적 활용 가능성
그로테스크라는 개념은 처음에는 15세기에 발견한 지하 건축물이 음침한 동굴(grotta)을 연상하게 하고 동굴의 벽이 사람, 꽃, 동물을 모티브로 만든 복잡한 장식 문양인 아라베스크(arabesque)문양으로 이루어져 있었기 때문에, 부자연스럽고 괴이한 것을 뜻하는 로마어 grottesca로 시작되었다. 16세기 이후 이탈리아를 비롯해 전역으로 퍼졌으며, 후에 장식적인 면을 떠나 기이하고 괴상함을 일컫는 용어가 되었다. 그로테스크는 보편적이지 않은 괴기하고 어두운 공포 분위기를 자아내어 사람들의 불편한 감정을 건드리는 역할을 하므로 주류입장에서는 이제까지 보았던 방식이 아닌 새로운 표현 방식이며 어떤 측면에서는 주류문화의 영역을 침범한 것으로 여겼다. 이런 측면에서 그로테스크는 하위문화를 내포하며 청결하지 못하고 추악하고 시끄러운 이미지를 함축한다고 여겨진다(White, 2019). 그로테스크 활용의 교육적 잠재성은 다음과 같다.
첫째, 20세기 초부터 기이하지만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회적 불안, 경제적 위기와 결핍, 계급적 갈등 등을 드러내는 중요한 풍자적 역할로 자리매김한 그로테스크 이미지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여 그들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학습 도구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Ospanova 외, 2024).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강렬하게 독자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오랫동안 기억에 잔존하게 되는 데, 처음에는 혐오와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시각적 이미지가 색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데 상당히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빅토르 위고(Victor-Marie Hugo, 1802-1885)는 이러한 점에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는 숭고한 것이 지니는 한계를 넘어 무한한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주장했다(White, 2019). 둘째, Connelly(2012)는 독자에게 상반된 두 개의 감정을 동시에 자극하는 그로테스크가 아름다움과 끔찍함의 혼란으로 규정되는 것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 안에서 규정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았을 때, 그로테스크의 기본적 역할은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셋째, 그로테스크 이미지를 통해 독자는 세상과 그 세상의 양상을 이해하는 형태 및 방법이 가장 상상할 수 없는 형태로 제시되었음을 체험할 수 있다(Connelly, 2012). 이미지를 통해 현실세계에서 소외된 것을 새로운 표현으로 감지하게 된 관람자는 해방감을 느끼거나 나아가 쾌락을 경험하기도 한다(Ryu, 2016). 넷째, 인간의 심리적 측면을 자극하는 공격성, 소외, 회피하고 싶은 끔찍한 것에 해학을 가미한 그로테스크는 풍자적 리얼리즘 역할을 한다(Chao, 2010). 즉, 언어로 표현하기 힘든 모순을 이미지로 보여줌으로써 현실의 모순에서 탈피하는 듯하나 모순의 본질을 오히려 예리하게 꿰뚫어보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다섯째, 비극적 요소와 희극적 요소를 시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실제로 밝히기 꺼려지는 부분을 과감히 노출하는 카타르시스의 기능을 한다(Ryu, 2016). 이러한 긍정적 잠재성과 더불어 학습자들의 일상에 신선한 충격을 제공함으로써 학습참여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학습소재로 활용할 가치가 있다. 그로테스크의 이미지는 최근 인기있는 웹툰이나 이를 영상화한 작품 및 영화 등에도 두드러지게 나타나는데, 영상, 미술, 문학 등에 드러난 그로테스크의 그 이면에는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함축된 의미를 지닌다는 점에서 메타포(은유)와 관련이 있다.
2) 인지적 전략 개념으로 메타포 활용 가능성
Lakoff와 Johnson (2003)에 따르면 우리의 일상생활과 언어 활동 전반에서 은유가 발생하고 은유를 통해 추론적 사고를 하기 때문에 은유는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했다. 문자 그대로 의미를 명확하게 직설적으로 전달할 수 있지만 은유는 언어적 조합을 통해 우리가 경험한 것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생산적이면서 창조적 사고 활동을 유발한다. 이점에서 그로테스크와 공통적 기능을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것을 통해 새롭고 추상적인 것을 구성하도록 하는 인지적 전략으로 메타포를 바라본 Inbar (1996)는 특정 대상의 개념적 특성을 전달하는 기능 외에 메타포는 언어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파악하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강조했다. 이는 학습자가 언어와 의미의 역동적 관계를 이해하도록 한다, 특히, 영화를 활용한 수업에서는 비주얼 메타포를 적극적으로 이해하려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영상에 반영된 이야기의 맥락을 파악하는 활동은 시각적 기능과 인지기능을 자극하고(Park, 2021) 나아가 이미지가 함축하고 있는 의미를 작가적 입장에서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을 뿐 만 아니라 학습자 스스로가 새로운 의미창조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 그로테스크와 메타포를 학습자의 비판적 사고와 인지 감정을 자극하고 영어 쓰기를 활성화시킬 매개로 선택하였다. 구체적 자료로는 두 편의 영화, 기생충(Parasite, Bong, 2019)과 조커(Joker, Philips, 2019)를 선정하고 영화가 드러내는 그로테스크 이미지와 메타포를 탐색하는 과정에서 한국 대학생들의 비판적 리터러시를 활성화하고자 했다.
III. 연구방법
1. 연구 참여자
본 연구는 2021년도 2학기 대한민국 전라남도에 소재한 M 대학에서 교양과목으로 시청각영어 수업을 선택한 학생들(N = 57)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연구 참여자들의 전공은 다양했으며 1학년 학생들이 전체의 80%를 차지하였다. 참여자들은 모두 해외 체류 경험이 없었으며, 메타포 용어를 생소하게 여겼다. 실험 전, 참여자들의 영어 수준을 파악하기위해 토익 점수(M = 420, SD = 25.3)를 제출하도록 하였다. 평균 토익 점수대 별로 학습자들의 전체적인 언어 능력을 6개 등급(A1, A2, B1, B2, C1, C2)으로 평가한 유럽 공통 언어 기준(CEFR: Common European Framework of Reference for Language)에 따르면(Council of Europe, 2024), 본 실험 참가자들은 A1, A2(Basic user: RC와 LC의 총합 토익 점수 550이하) 수준에 속한다(British Council, n.d.). 이들은 기초사용자들로 직장을 비롯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여가 등에서 정기적으로 접하는 문제와 관련된 정보를 이해하고 익숙하게 여기며 개인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의견을 일관성 있게 간략히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한 환경을 설명하는 데 취약할 수 있으므로 다양한 상황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즉, 제시된 토익 평균점수는 참여자들이 제한적인 의사소통능력을 지녔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들이 영상 자료와 함께 제시된 특정 단어 및 이디엄(idiom)을 활용하여 다양한 문장쓰기를 시도하고 그 문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과 목소리가 표현될 수 있는 수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2. 평가 도구 및 분석 방법
영어활용능력 평가를 위한 양적평가와 학습자들의 수업 후 반응에 대한 질적 평가를 병행하였으며, 전체적으로는 총 5가지 단계로 진행되었다. 양적 평가로는 첫째, 학습자들의 영어활용능력 변화의 통계적 결과를 얻기 위해 사전 및 사후 평가를 실시했다. 동일한 시험지를 사용하였고 문제는 총 30점 만점(총 30 문항)으로 이디엄을 활용한 문장 쓰기, 이디엄의 의미 이해, 활용능력을 묻는 문제로 이루어졌다. 이디엄을 평가 기준으로 선택한 이유는 원어민들에게는 광범위하게 모든 형태의 담화에서 사용되는 이디엄과 비유적인 표현들이 L2 학습자들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간과될 수 있기 때문이다(Tărcăoanu, 2012). 이는 EFL 학습공간에서 선생님들이 L2 학습자들의 제한적 언어 활용 능력을 고려하여 영어 표현을 간소화시키려 노력하거나 문법적 규칙에 초점을 두는 경향이 있어서 우려하는 점이다(Rizq, 2015). 무엇보다 이디엄, 속담, 메타포 등을 통해 타겟 언어가 지니는 사회문화적 특성을 학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디엄은 영어능력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부분으로 간주된다(Cakir, 2011). 이 점에서 Khan과 Daşkin (2014)은 이디엄의 표현을 이해하지 못할 경우 의사소통의 실패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이디엄을 의사소통의 평가 기준으로 선택했다. 둘째, 수집된 사전, 사후 점수는 SPSS 25 버전을 이용하여 대응표본 분석(t-test)을 하였다. 전체 57명 참여자들의 점수 변화를 살펴본 후, 사전 점수에 따라 상(19 ≦ x, n = 18), 중(9 < x < 19, n = 22), 하(x ≦ 9, N = 17)의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One-way ANOVA를 실시하여 그룹별 점수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지를 조사하고 사후검증을 하였다. 셋째, 카카오톡을 활용한 학습자들의 짧은 문장 만들기에서 학생들의 문장 패턴 응용 및 이해도를 살펴보고, 에세이 과제물은 AntConc 코퍼스 분석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빈도별 단어 종류 및 관련된 콜로케이트(collocate)를 탐색했다. 넷째, 질적 평가로는 실험 후 수업 방식에 대한 주관식 질문(open-ended question)을 통해 학생들의 종합적 반응을 조사하였다. 마지막으로, 비판적 사고력의 활성화는 토론과 쓰기에서 나타난 자신만의 의미창조, 문장 재생산, 메타포의 다양한 해석과 분석력에 중점을 두었다.
3. 연구 설계
본 연구는 과정 중심의 활동으로 수업 중 쓰기 활동과 수업 후 LMS를 활용한 쓰기 과제 제출로 이루어졌다. Figure 1과 같이 총 네 단계로 구성되었다. 첫째, 실험 전 전체 57명의 학생들을 11 그룹(9 그룹: 5명씩, 2 그룹: 6명씩)으로 분리하여 그룹별 카톡 방을 만들었다. 각 카카오톡에 교수자가 포함되어 있어 교수자는 학생들이 수업 중 수시로 영어 단문을 만드는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었다. 쓰기에 불편함을 느끼거나 불안감이 있는 학생들이 소심해질 수 있을 것을 우려하여 카카오톡 내에 교수자가 직접 자세한 피드백을 남기는 것은 지양하고 전체적인 문장 오류의 패턴을 정리하여 주기별로 수업 중에 설명하였다. 둘째, 간단한 미술 회화와 뉴스에 언급된 사건이 있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 자료(Essid, 2018)에 폭풍의 눈(The Eye of the Storm)이라는 부제를 붙여 제시하였다. 이때, 그로테스크 자료와 함께 특정 영어 어휘, 예를 들면, “pandemic”, “hindrance” 등을 교수자가 제시하였으며 학습자는 제시된 단어를 포함하여 시각적 자료에서 느낀 감정이나 떠오르는 생각을 자신만의 스토리로 창작했다. 수업 후 LMS에 자신의 글쓰기 과제를 업로드하여 제한된 수업시간에 완성하기 힘든 글쓰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였다. 셋째, 학습자들이 그로테스크의 풍자적 기능과 메타포를 찾고 동료 간 토의를 통해서 의견을 교류하고 비판적 시각을 확장하도록 영화 자료로 기생충과 조커를 활용하였다. 공간적 구조를 보고 힘(power)의 대비, 가면의 역할에 대한 토의를 거쳤다. 넷째, 수업 중 두 영화의 클립 파일을 보고 스토리 해석과 대화체에 익숙해지도록 하였으며 문법적 설명과 확인이 필요한 문장은 추가 설명한 후, 학습자가 그 문장들과 필수 성분 구조를 인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수업 중 응용 문장을 만들어 카카오톡에 올리도록 하였다. 예를 들면, 기생충과 조커의 미디어 자료에서 학습한 “cheer up, think of~as, by nature, you have a green thumb, plan to, feel blue” 등을 자신만의 문장으로 만들고 공유하였다. 다섯째, 기생충과 조커를 본 후, mask라는 주제로 영어 에세이를 제출하여 영어쓰기를 단문에서 장문으로 진행하였다. 토론과 글쓰기는 작품 속 비주얼 메타포를 탐색하면서 사회 경제적 문제(socio-economic issues)에 대한 자신의견을 재정리할 기회를 제공한다.
IV. 연구결과
1.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이 한국 대학생들의 쓰기 능력에 미치는 영향
1) 실용적 언어활용 능력의 발전
Table 1은 전체 57명의 사전, 사후 테스트를 Paired t-test로 분석한 결과이다. 사전 점수(M = 14.31)와 사후 점수(M = 16.39)의 평균의 차이는 2.08 (t = 3.44, p = .001)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향상되었다(사전 점수: SD = 8.66, Min. = 0.00, Max. = 29.00, Median = 15.00; 사후 점수: SD = 6.81, Min. = 3.80, Max. = 27.00, Median = 18.00). 사후 점수에서 학습자들의 표준편차가 줄어든 것으로 보아 학습자들의 전체적인 사후 점수는 사전점수에 비해 평균과 가까이에 분포함을 알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모형을 통해 영화를 감상하는 동안 특정 장면에서 언급된 이디엄 및 구동사에 대한 학생들의 이해력이 좀 더 수월하게 증진되는 듯하다. 사전 사후 점수의 왜도(사전: x = -.06, 사후: x = -.17, ∣x∣ < 2), 첨도(사전: x = -1.00, 사후: x = -1.08, ∣x∣ < 3)는 정규성을 입증한다 .
Figure 2는 사전 점수를 기준으로 나눈 그룹1(하: N = 17, M = 9.42), 그룹2(중: N = 22, M = 16.06), 그룹3(상: N =18, M = 23.38)의 사후 평균점수를 상자 도표로 보여준다. 전체 57명의 사후 평균점수(M = 16.39)에 비해 하위그룹의 평균점수(M = 9.42) 수준이 많이 낮다. 그러나, Table 2에서 각 그룹별 평균과 표준편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하위그룹의 사전 사후 점수간 평균의 차이가 5.34로 중위그룹(2.15)과 상위그룹(1.08)보다 높다는 점은 긍정적 결과이다. 본 모형을 통해 이디엄 활용 지식이 가장 낮은 그룹의 언어 이해력이 2배 이상 상승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에 본 모형이 다양한 수준의 학생들에게 적용 가능하다는 잠재성을 나타낸다. Table 3의 사후 검정과 Table 4의 ANOVA 결과(집단-간: 1706.750, 평균 제곱: 853.38; 집단-내: 893.68, 평균 제곱: 16.55, F = 51.57, p = .000)는 그룹별로 이디엄 활용 능력의 향상도가 차이가 있고 그 결과값이 신뢰할 수있음을 입증한다.
2) 계획, 배치 및 능동적 의미 창조
Figure 3에서 학습자들이 그룹 카카오톡 방에 업로드한 문장들은 멤버들에게 예시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문장쓰기의 두려움을 감소시키고 문장을 재창조하는 창의적 활동을 강화한다. “feel blue”와 “cheer up”을 활용한 문장에서 “my parents”, “my friends”처럼 한 두 단어만 교체하던 단문들 “When I feel blue, my friends usually cheer me up. My classmates usually cheer me up. My parents usually cheer me up”이 “plan to”, “think of~as~”, “by nature”의 이디엄을 사용할 때는 더 많은 단어를 배열하고 의미 있는 문장을 능동적으로 생산했다: “I plan to watch World Cup for a while. I plan to prepare my presentation. I think of my phone as a treasure. I don’t think of this as money or honor, He is by nature a positive person”. 그룹 카카오톡에서 동료의 글을 현장에서 직접 보고 자신의 실수를 정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글쓰기의 두려움을 줄이고 자신의 오류를 파악하는 자기 수정(self-edit) 및 자기 평가(self-assessment)의 공간을 갖게 된다. 또한, 지정된 이디엄에 한정하지 않고 습득된 언어적 지식을 활용하여 일상적인 취미와 소망을 올리기도 했다: “I’m interested in riding a bike, I like to go shopping at the bookstore because (I) like booksmell. I hope that I can follow in gym master’s footsteps because he’s perfect.”
Figure 4는 교수자가 제시한 특정 지시어와 시각적 이미지에 대한 학생들의 쓰기와 토의 자료 샘플이다. 학생들은 지시어 “hindrance” 단어를 작문에 삽입할 시, 짧은 한 줄 문장에서부터 행복한 삶을 위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물리적 방해물을 제거하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것은 능동적인 의미 창출자(active meaning maker)로서의 창조적 경험이며, 학습자의 다양한 견해를 쓰기에 직접 반영함으로써(Kuo, 2014), 내면의 소리를 표출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예) “The high price is a major hindrance to potential buyers”(학생 1), “Sometimes sleep is a hindrance”(학생 2), “If I could cut off the hindrance that have a bad influence on me mentally and physically with scissors, a change in my whole life will come to my life”(학생 3). 즉, 지시어 “hindrance”를 어디에 배치하여 적절한 의미를 완성할지 계획하고, 수정을 거쳐 생산하는 과정에서 창의적 체험을 하게 된다. 또한, 폭풍의 눈이라는 타이틀을 지닌 이미지를 제시한 후, “pandemic”의 지시어를 작문 안에 포함하도록 했을 때, 전면을 바라보는 “monster”(gargoyle statue)의 이미지를 우리 시대가 겪었던 팬데믹의 위험으로 표현한 학생들이 많았다: 예) “I think the picture contains that something is coming. I felt that the gargoyle statue is staring a big danger that is coming. In its empty eyes, I felt dark future. It can be a disaster, disease pandemic or war”(학생 4). 그로테스크한 조각상의 텅 빈 눈동자에서 재앙이 될 어두운 미래를 느꼈다는 표현에서부터 능동적인 문제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문장들도 있었다. 구체적 예로 코로나 상황에서 침착하게 해결책을 연구한 것처럼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요동하지 않고 침착하게 공부하며 자리를 지킬 것을 강조한 경우이다: “The eyes of the Storm is central to storms. Also, it’s calm. In a similar way, we study calmly at Corona pandemic. The surroundings are very difficult, but in order to realize our dreams, we are calmly waiting in our respective positions”(학생 5). 사회적 맥락을 이해하고, 언어를 배치하는 행위는 언어를 자신의 의도에 따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이다. 학생들은 메타포와 글쓰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자신이 처한 공동체를 재인식하는 과정에서 사회화를 체험하게 된다. 메타포는 인간 공통의 경험을 떠올릴 수 있는 인지능력이기에 이디엄과 더불어 어휘 보유력을 장기간 높이며, 어휘 활용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Boers, 2000; Kovecses, 2000; Lakoff & Johnson, 2003).
2.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 수업이 한국 대학생들의 비판적 사고에 미치는 영향 분석
Table 5는 AntConc 코퍼스 분석프로그램을 실시한 결과를 보여준다. Mask와 관련된 콜로케이트의 유형은 총 322가지이며, 전체 토큰 수는 1020개였다. 유형 중 mask와 함께 가장 빈도수가 높은 단어는 relationship(Rank 1), protecting(Rank 2), necessary(Rank 3), natural(Rank 3)… 순으로 발견되었다. Figure 5에서 mask와 연계된 콘코던스는 102회 출현하는데(Concordance hit: 102), 학생들은 “Take off the mask”, “wear a mask”, “bright mask”, “more than one mask”처럼 다양하게 표현하였다. Figure 5의 좌측 표는 mask를 기준으로 앞에 배열된 단어들이며 우측 표는 mask 뒤에 분포된 단어들을 알파벳 순서로 제시하고 있다. Figure 5의 문장들을 살펴보면 학습자들은 mask와 관련하여 정신 건강 및 사회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를 표현하기도 했다: “This mask determines my relationships. Mask can negatively affect mental health and sociability.” 또한, “Son Heung Min’s mask gives me courage.”라는 문장에서 의미하듯 축구경기에서 손흥민 선수의 마스크를 예로 들어 긍정적 에너지를 주는 mask의 효과를 지적했다.
학생들이 제출한 에세이의 어휘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I, you, it… 등의 대명사와 be동사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사용 순위에 있는 to(Rank 4)의 활용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어휘 조합을 보여준다: “got close to him, was able to participate, go to work, go to live in society, easy to be used, difficult to proceed with, means to hide, pretending not to be sad, to achieve one’s purpose, seems to show, look good to others, according to the situation, due to COVID-19, looking forward to, show feelings to others…etc.” 학생들은 [to + 동사]와 [to + 명사]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었고, mask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참여자들은 Figure 6(왼쪽)의 조커의 장면에서 주인공의 피에로 분장을 통해 mask의 의미와 역할을 논의했다. 토론 후, 제출한 에세이를 통해 다음과 같이 다양한 가면의 역할을 표현했다: “to hide a fact, to show others how decorated I am, not to tell our own stories, to wear on their face not to get injured as soccer players, to hide my emotions as I got older, to convince my family that I am happy…etc.” 자신을 보호하거나 타인에게 안정감을 주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감춘다는 가면의 긍정성과 자신을 드러내지 않거나 진실을 감추기 위한 부정성을 언급하며 현실에서 mask는 필수적이라 강조했다. 또한, 일부 학생들은 가면은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적절한 에티켓을 유지할 수도 있고 상대와의 대화를 잘 풀어나갈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도구적 의미를 지적했다: “We need to think about how to wear it well. People who are good at social life never say that directly”. 오히려, 가면 없이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지적한 학생도 있었다. 이렇게 학습자들은 생각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재정립하고 근거를 명확히 들어 읽는 이가 이해할 수 있는 의미 구조를 갖추는 지 문장의 논리성을 점검하게 된다.
Figure 6(오른쪽)에서 기생충에 나타난 화장실 장면은 상류층(upper class)과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사회 구조적 문제점을 드러낸다. 반지하라는 한국적 공간을 통해 수도권 지역의 주택 문제와 수도권 밀집 문제를 드러낸다고 볼 수 있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에서 36만 4000가구의 반 지하 95.9%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62.6%가 서울이라는 사실은 사회, 경제적 빈부격차의 문제를 뒷받침하는데(Kim, 2020; Lee, 2020), 학습자들은 토의과정에서 이러한 사회경제적 이슈를 접할 수 있었으며 영화의 전달내용과 이미지 분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또한, 전체 가구 수에 비하면 반지하의 수가 과거와 달리 2%대로 줄어들었고 거의 4인이 아닌 싱글 가구 수가 많다는 사실 점검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생각할 기회가 되었으며 사고의 지평을 넓혔다. 즉, 자신이 소속한 공동체에 대한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며 비교 능력과 연관성을 찾을 기회를 갖게 된 것이다. 실제, 학생들은 실험 후 종합적 반응에서 메타포에 대한 지적 호기심과 흥미를 느꼈고 수업 중 이를 융합한 방법이 새로웠다고 언급했다. 특히 수업 중 배운 표현을 활용한 작문연습을 통해 작문에 대한 두려움을 줄이고 의견 표현을 능동적으로 했다는 성취감을 드러냈다. 실험 전 메타포와 그로테스크라는 용어가 생소하고 이를 중점적으로 의식하며 쓰기과제와 영화시청을 한 경험이 없었던 학습자들이 본 실험에서 사회를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공포, 살인, 웃음이 뒤섞인 그로테스크 이미지와 풍자적 기능을 이해하며 분석하는 것은 긍정적인 성장이다. 또한, 동료들과 의견을 공유하는 토의 과정은 공동체의 시각과 개인의 시각 간 유사점과 차이점을 비교할 기회를 제공하고 비판적 시각을 자극하는 중요한 단계로 평가할 수 있다(Pineda, 2003).
V. 결론 및 제언
미디어 영상자료를 활용하여 미디어가 제시하는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무슨 의미를 제시하는지, 메타포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은 자신의 의견과 동료와의 의견의 공통점 및 차이를 발견하기도 하며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소통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세상과 소통의 장을 제시하는 영화 작품을 이용하여 글쓰기와 연계한 본 연구는 학습자들의 자료 조사하기, 분석하며 결과 읽고, 자신의 의견 표현하기, 타인의 의견 경청하기, 자기 생각을 글쓰기로 정리하기 등의 과정들이 큰 틀에서는 단문에서 장문의 글쓰기로 구성된 과정 중심에 녹아 들어있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참여 활동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학습자들의 언어활용 능력은 사전 점수(M = 14.31)에서 사후 점수(M = 16.34)로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주었다(사후-사전: 2.08, t = 3.44, p = .001). 상, 중, 하로 나눈 그룹 모두 그룹별 차이와 사전, 사후 점수 간 증가 폭을 보여주었다(F = 51.57, p = .000). 이는 이디엄을 활용하는 능력이 그룹별로 상승함을 보여주는데 학습자들은 상황별로 적합한 이디엄을 선택하고 의미의 차이를 이해함으로써 의사소통 능력이 개선되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디엄 활용 기술은 L2 학습자들에게는 사회문화적 인지능력에 영향을 미치며 말하기 기술을 향상시키는 중요한 지식이기에 본 모형을 통해 말하기의 유창성이 향상될 것을 기대할 수 있다(Cakir, 2011). 또한, 카카오톡을 활용한 단문의 영작 연습과 에세이 쓰기의 과정은 자신의 의견을 전달하기 위해 언어의 재배치, 계획하기, 수정하기 및 표현하기의 과정을 학습자들이 체험하면서 쓰기 능력을 발전시키는 기회를 부여한 것과 사회적 구조를 재평가할 수 있는 비판적 사고를 갖게 되었다(Lakoff & Johnson, 2003).
이러한 융합적 교육 방식이 다양한 형태로 개발될 경우 교수자의 수업 준비의 부담을 낮추면서도 실질적인 현장 수업의 질적 개선을 달성할 수 있다. 메타포를 찾는 과정에서 학습자들이 기존의 지식에 새로운 단어를 첨가하여 새로운 문장을 창조하는 활동이 이디엄과 함께 장기(long-term) 인지 기능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는 사실은 그로테스크와 메타포를 활용한 쓰기 수업을 보편적으로 확대 적용하여 데이터를 구축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나아가 향후 미래의 연구자들의 쓰기 전략에 대한 분석 및 쓰기 텍스트의 코퍼스 분석 등이 실시될 경우, EFL 학생들의 쓰기 연구에 대한 질적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잠재성을 고려하면, 쓰기란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단순히 텍스트를 이용하는 그 이상의 복잡한 인지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즉, 데이터 수집하기, 계획하기, 수정하기 등 글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제약 사항들을 적절히 관리해야 하는 일련의 종합적인 활동이기 때문에(Celce-Murcia, 2001), 쓰기를 전체론적 과정(holistic process)으로 보아야 한다. 게다가 시간적 제약이 존재하는 수업 공간에서 학습자들의 개별적 쓰기 능력 향상이라는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서는 적합한 모형과 접근법에 관한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Nunan, 1999).
다만, 본 연구는 쓰기 및 토의를 통한 비판적 사고의 활성화에 중점이 이루어졌기에 향후 후속연구에서 객관적으로 비판적 사고가 변화되는 정도를 통계적으로 관찰하기위해서는 신뢰도 있게 구성된 사전 및 사후 테스트지를 작성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가 메타포와 그로테스크 해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 학습자의 관심을 증폭시키고 학습자의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 언어 활용 응용력, 쓰기를 통한 종합적 의견 표출 등, 융합적 사고 능력을 촉진시키는 사례연구로 기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