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발달을 위한 몰입 환경으로서의 영화: 대학생 영어 학습 사례 연구

Film as an Immersive Environment for Language Development: A Case Study of College English Learners

Article information

J Eng Teach Movie Media. 2026;27(1):1-15
Publication date (electronic) : 2026 February 28
doi : https://doi.org/10.16875/stem.2026.27.1.1
1Lecturer, Dept. of English Education,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80, Daehak-ro, Buk-gu, Daegu, 41566, Korea
정윤정,1
1강사, 경북대 영어교육과, 41566, 대구광역시 북구 대학로 80
Corresponding Author, Lecturer, Dept. of English Education, Kyungpook National University, 80, Daehak-ro, Buk-gu, Daegu, 41566, Korea (E-mail: ychung80@gmail.com)
Received 2026 January 14; Revised 2026 February 9; Accepted 2026 February 21.

Trans Abstract

The purpose of this study was to examine how an everyday immersion environment influences language development and attitudes toward English among lower intermediate L2 university students. Participants were eight non-English major undergraduates in their second and third years with lower intermediate English proficiency. As an accessible immersion experience, participants engaged in a narrative centered case study using the TV drama Anne with an E (Walley-Beckett, 2017-2019) over a two-month period. After the intervention, three Korean-medium assessments, a story comprehension test, a contextual and situational interpretation test, and an emotional and immersive engagement test, along with one English test, were administered. Results from the story comprehension test confirmed that participants successfully entered and maintained engagement with the story world without losing the narrative thread. Findings from the contextual and situational interpretation test showed that students interpreted events not merely as isolated information but within situational contexts, indicating an emerging awareness of the rules and pressures governing the narrative world. The emotional and immersive engagement test revealed that participants moved beyond surface level comprehension and began responding affectively from within the narrative. Finally, strong performance on the English test suggested English functioned as the natural language of the story for participants overall.

Keywords: college

I. 서론

사람이 생활을 하면서 재미있는 순간을 경험하게 되면 몰입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시간이 가는지도 모른다. 확실히 일상에서의 몰입은 감정이 기초가 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그런데 이 몰입의 개념을 교실에서 이용을 하였을 때는 일상의 몰입과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다. Supriyono 외(2022)는 몰입 프로그램을 교실에서 사용하게 된 시기를 1960년대로 보고 있다. 이 시기에는 마침 캐나다에서 프랑스어 몰입이 키워지기 시작하였고, 이후 미국에서는 원어민 영어 화자를 대상으로 모든 학과 수업을 제2언어로 가르치는 외국어 몰입(foreign language immersion) 프로그램으로 이어졌다(Fortune & Tedick, 2003). Fortune과 Tedick(2003)은 이 방식이 학생들에게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할 기회를 제공하고 세계적 상호의존 속에서 필요한 능력을 길러주며, 사회적 그리고 경제적 이점뿐 아니라 비언어적 문제 해결 능력과 사고의 유연성과 같은 인지적 혜택도 동반한다고 하였다. 여기서 보면 교실에서의 몰입 프로그램은 인지가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몰입 프로그램이 아시아의 언어로 관심이 이동되면서 Ee(2018)는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특히 그레이터 로스앤젤레스(Greater Los Angeles) 지역에서 운영되는 한국어 이중 언어 몰입 프로그램의 역사적 지리적 조건, 커뮤니티 구성, 그리고 학교간 운영차이를 조사하였다. 외견상 문화적 그리고 인구학적 맥락에 대한 서술로 보이지만 본 논의는 몰입 프로그램이 교육적으로 타당한 언어 교육 접근임을 충분히 입증한다. 결국 인지에 기초를 둔 몰입인 셈이다. 홍콩에서의 해외 영어 몰입 프로그램을 연구한 Poon(2016)도 몰입을 정체성이나 문화의 문제로 보지 않고, 언어 능력 향상과 인지적 자본으로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지금까지 기술한 몰입은 집중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Strauss 외(2024)는 몰입과 집중의 차이를 기술한다. 그들에 따르면 집중은 지금 하는 일에 정신을 쓰는 것이고, 몰입은 정신이 다른 세계로 빠져 드는 것이라고 차이를 설명하고 있다. 본 연구에서 몰입과 집중의 차이를 언급하고 있는 이유는 본 연구의 관심이 영어 실력이 중하위권에 머문 학생들에 있기 때문이다. 그들 중에는 인지가 중심이 된 교수법을 감당하기 힘들어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Clark와 Kimmons(2023)Sweller(2010)의 인지부하 이론(cognitive load theory)1을 설명하고 있는데, 이는 중하위권의 학생들이 받는 스트레스를 이해하는데 유익하다. 그들의 연구결과를 해석해 보면, 중하위권 학생에게 집중을 요구하는 교수법은 외재적 부하를 증가시켜 학습 불안을 유발하고 스키마 형성(정교화 부하)을 방해한다. 결국 인지적 과부하는 영어학습 실패를 유발시키며, 후에 가서는 학습을 회피하는 현상이 나타나는 동시에 불안증상이 생기게 된다. 다시 말하여 두려움의 정서적 스키마가 형성되게 되는 것이다.

언어 발달의 핵심은 단순한 언어 입력의 양이 아니라, 언어를 둘러싼 주의(attention)와 몰입(immersion)의 질적 수준에 있다. 특히 어린이는 세상에 대한 강한 호기심과 감각적 참여를 바탕으로 주변 세계에 자연스럽게 몰입한다. 이들은 새로운 자극에 끌리고, 그 안에서 스스로 언어를 발견하고 사용한다. 이러한 몰입적 태도는 언어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한다. 즉, 언어는 학습의 결과라기보다, 세계에 깊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달되는 현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몰입 기반의 발달은 대학생 학습자에게서는 쉽게 관찰되지 않는다. 제2언어를 배우는 성인은 대체로 언어를 지식적으로 접근하고, 실제적 맥락이나 감정적 참여보다는 문법과 어휘의 습득에 집중한다. 이로 인해 언어는 세계와 분리된 상태에서 기능적 도구로만 다루어지고, 의미가 살아 있는 경험적 사용(experiential use)이 약화된다. 결과적으로 학습자는 언어를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어를 배우는 존재로 머물게 된다. 이러한 문제는 제2언어 교육의 근본적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Kramsch, 2009; van Lier, 2004). 몰입의 결여는 언어 학습을 표면적 수행으로 제한하며, 학습자에게 세계와의 감정적 연결, 이야기 속 삶의 참여, 그리고 언어를 통한 정체성 형성의 기회를 박탈한다.

이에 본 연구는 지금까지 언급한 인지 과부하로 인하여 두려움의 정서적 스키마를 경험하고 있는 중하위권의 학생들을 위한 제안을 하려고 한다. 어린이의 몰입적 언어 발달 특성을 성인 학습의 맥락 속에서 재조명하고, 성인이 다시 세계와 언어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몰입 환경을 설계하고자 한다. 특히 영화는 감각적, 정서적, 서사적 요소를 동시에 제공하는 서사적 매체로서, 학습자가 언어를 넘어서 세계 속에 들어가고(world entry), 등장인물의 관점에서 의미를 재구성하며, 언어를 행위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본 연구의 목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어린이의 몰입적 언어 발달 과정을 이론적으로 고찰하여, 언어의 본질을 경험적 그리고 행위적 현상으로 재해석한다. 둘째, 이러한 이론적 토대를 바탕으로 성인 L2 학습자를 위한 영화 기반 몰입 환경(film-based immersive environment)을 설계한다. 영화는 이야기 중심으로 되어 있어서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쉽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Green & Appel, 2024). 셋째, 실제 학습자가 영화 속 세계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때 어떠한 언어적 발현(language emergence)이 나타나는지를 관찰하고, 몰입이 언어 사용에 미치는 정서적·인지적 변화를 탐색한다.

본 연구는 기존의 언어 학습이 지식의 습득에 머물렀던 한계를 넘어, 언어를 살아 있는 경험의 일부로 되돌려 놓는 시도를 제안한다. 이를 통해 대학생 학습자에게 언어는 다시 세계를 살아보는 통로가 되며, 학습은 언어를 배우는 행위가 아니라 세계를 경험하는 과정으로 확장될 것이다.

II. 이론적 배경

1. 언어 발달과 몰입의 생태: 아동과 성인의 비교

언어 발달은 인간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생태적 현상이다(van Lier, 2004). 어린이는 언어를 인위적으로 배우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과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타인과의 공동 주의(joint attention)를 통해 언어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한다(Tomasello, 2003). 이러한 몰입적 경험은 단순한 언어 입력의 수용이 아니라, 감각 행동 정서가 통합된 경험적 행위로서의 언어 사용을 가능하게 한다(Barsalou, 2008).

어린이의 몰입은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감각적 탐구에서 비롯된다. 아이는 보고 만지고 듣는 경험 속에서 언어를 이해하기보다 살아낸다. 이때 언어는 인지적 대상이 아니라 행위적 사건으로 작동한다(Lantolf & Thorne, 2006). 예를 들어 사물의 명칭을 배우는 것은 그 이름을 암기하는 일이 아니라, 그 사물을 다루며 그 속성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과정이다. 이처럼 감각적 몰입은 언어의 의미를 구체적이고 생생한 것으로 만든다(Glenberg & Gallese, 2012).

또한 어린이의 몰입은 놀이와 상상의 맥락에서 강화된다. Vygotsky(1978)는 놀이를 언어 발달의 촉매로 보며, 아이가 놀이 속에서 실제 능력 이상의 수행을 시도할 때 근접발달영역(zone of proximal development)이 확장된다고 하였다. 놀이 중의 언어 사용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사회적 역할과 감정을 통합한 창조적 행위이며, 이는 언어의 사회적 의미를 내면화하는 결정적 계기를 제공한다(Sawyer, 1997).

반면 성인은 언어를 인식적 대상으로 다루며, 지식 중심의 학습 구조 속에서 몰입의 감각을 상실하기 쉽다. 성인의 언어 학습은 언어의 규칙, 구조, 정확성을 강조하지만, 언어가 실제로 작동하는 세계적 맥락이나 정서적 실재를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Kramsch, 2009). 즉, 언어는 살아 있는 의미의 매개체에서 벗어나 추상적 기호 체계로 환원된다. 이런 맥락에서 van Lier(2004)는 성인의 언어 학습이 행위로서의 언어(language as action)를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어린이의 몰입적 언어 발달은 단순히 연령의 문제가 아니라 언어를 세계 경험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생태적 태도에 관한 것이다. 대학생 학습자 역시 지식의 습득을 넘어 감각과 정서를 통한 세계적 참여를 회복할 때 언어 발달의 가능성을 다시 열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몰입교육(immersion education)은 언어를 배우는 행위가 아니라 세계에 들어가(language entry) 살아보는 경험으로 재정의될 필요가 있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시각에서 몰입교육의 역사적 전개와 이론적 흐름을 살펴본다.

2. 몰입교육의 흐름

몰입교육은 제2언어를 단순히 학습의 대상이 아닌 학습의 매개로 사용하는 교육 접근으로, 1960년대 중반 캐나다 퀘벡 주의 생랑베르(Saint-Lambert) 지역에서 처음으로 실험적으로 도입되었다. 당시 영어권 부모들은 자녀들이 프랑스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생활하기 위해서는 언어를 교과의 일부로 배우는 것보다, 언어를 통하여 교과를 배우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보았다(Genesee, 1987). 이 부모 주도의 움직임은 이후 정부와 교육기관의 지원을 받아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산되었으며, 초기의 프랑스어 몰입(French immersion) 모델은 북미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다.

몰입교육은 단순한 이중언어 교육(bilingual education)과 구별된다. 이중언어 교육이 두 언어를 병렬적으로 가르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몰입교육은 학습자가 목표언어에 둘러싸인 환경에서 실제 학문적·사회적 과제를 수행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둔다(Swain & Johnson, 1997). 이러한 환경은 학습자가 언어를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실제 사용의 도구로 경험하게 하며, 언어와 사고, 문화가 통합된 학습 경험을 제공한다.

몰입교육은 학습 시작 시기에 따라 조기 몰입(early immersion)과 후기 몰입(late immersion)으로 구분되며, 목표언어의 사용 비율에 따라 전몰입(total immersion)과 부분 몰입(partial immersion)으로 세분된다. 또한 유럽에서는 1990년대 이후 몰입교육의 원리를 확대 적용한 내용∙언어 통합 학습(content and language integrated learning, CLIL)이 확산되었다. CLIL은 특정 외국어를 매개로 과학, 역사, 예술 등의 교과 내용을 학습하는 방식으로, 몰입교육의 실천적 틀을 공교육 체계 속에 제도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몰입교육의 철학은 언어를 사고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매개(mediating tool for thought and social interaction)로 보는 Vygotsky(1978)의 사회문화이론(sociocultural theory)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후 Krashen(1982)의 이해 가능한 입력 가설(comprehensible input hypothesis)과 Cummins(1979)의 상호의존성 가설(interdependence hypothesis)을 통해 언어습득 이론의 틀 안에서 체계화되었다. 또한 Dewey(1938)의 경험을 통한 학습(learning by doing) 철학과 Hymes(1972)의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ve competence) 개념은 몰입교육이 지향하는 의미 중심적이며 경험 기반의 학습환경을 정당화하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몰입교육은 언어를 생활의 도구로 경험하게 하는 교육 철학으로 발전하였다. 그러나 언어를 매개로 세계를 이해하려는 시도는 학습자의 주체적 경험이나 정서적 참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다음 절에서는 이러한 한계를 중심으로 몰입교육을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3. 몰입교육의 한계와 비판적 관점

몰입교육은 언어습득의 효율성을 강조하면서도, 언어가 작동하는 실제 맥락과 정서적 경험을 간과해 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학습을 인지적 과정으로만 한정하는 경향은 언어를 인간의 총체적 행위로 보려는 최근의 철학적·언어학적 논의와 대조된다(Kramsch, 1993; van Lier, 2004).

첫째, 몰입교육은 언어를 사고의 도구로 보는 인지 중심 접근에 치우쳐 있다. 이로 인해 언어의 정서적·상황적 의미 구성이 상대적으로 약화된다. Kramsch(1993)는 몰입교육이 학습자를 실제 담화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참여시키기보다, 언어를 ‘표상 체계(representational system)’로서만 다루는 한계를 지적하였다. 학습자는 언어를 사용하여 관계를 형성하거나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언어를 통해 교과 내용을 처리하는 인지적 기능 수행자로 남게 된다.

둘째, 몰입교육은 맥락(context)을 교육자의 설계에 의해 제한된 환경으로 규정함으로써, 언어의 생태적 의미를 약화시킨다. van Lier(2004)는 몰입교육이 언어를 외부로부터 주어진 입력(input)으로 취급하는 한, 학습자는 세계 속에서 언어를 ‘경험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어를 받는 수용자’로 머물게 된다고 비판하였다. 그는 언어를 생태적 행위(ecological action)로 이해해야 하며, 언어의 의미는 교실 밖 세계와의 상호작용 속에서 형성된다고 주장하였다.

셋째, Harris(1981, 1998)는 몰입교육이 전제하는 ‘언어체계(language system)’ 개념 자체를 비판한다. 그는 언어를 고정된 체계로 보는 시각이 ‘언어 신화(the language myth)’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언어는 언제나 행위와 맥락 속에서 새롭게 구성된다고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몰입교육은 언어를 제도적 학습 대상으로 환원함으로써 언어의 실존적 성격을 손상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넷째, 몰입교육은 결과 중심 평가에 치우쳐 학습자의 내적 변화, 즉 정서적·문화적 성숙을 측정하지 못한다. 언어는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의미의 생성 과정이지만, 몰입교육은 이를 성취도 중심으로 평가함으로써 언어를 삶의 과정이 아닌 산출물로 다루게 된다.

이와 같은 비판들은 몰입교육이 언어를 ‘학문적 도구’로 취급함으로써 언어의 경험적, 정서적, 존재론적 차원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음을 보여 준다. 또한 몰입교육에 대한 비판은 교육학적 효과성에 국한되지 않고, 언어 정책, 정체성 정치, 교육 접근성 등 사회정치적 맥락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논의되어 왔다. 특히 북미 지역에서는 몰입교육 프로그램이 언어 정책 변화 및 정치적 논쟁과 함께 재검토되고 있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그러나 본 연구의 목적은 이러한 정책적 논쟁을 분석하는 데 있지 않으며, 교실 수준에서 학습자의 경험과 이해 형성 방식에 초점을 둔다. 따라서 본 연구는 사회정치적 논의를 배경으로 인정하되, 교육학적 관점에서 영화 기반 몰입 접근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 집중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다음 절에서 논의할 대안적 관점으로 이어진다.

4. 대안적 접근: 맥락, 세계 그리고 경험 중심 언어학습

몰입교육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최근의 논의는 언어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경험하는 과정으로 이해한다. van Lier(2004)는 언어학습을 환경과의 상호작용(ecological interaction)으로 보고, 언어는 그 환경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 내는 행동양식이라고 주장하였다. 학습자는 언어를 학습하는 존재가 아니라, 언어를 통해 세계에 참여하는 존재로 전환된다.

이러한 관점은 Gee(2003)의 의미 구성 이론과도 맞닿아 있다. Gee는 언어를 사회적 세계에 참여하기 위한 ‘행동 방식(way of being in the world)’으로 정의하며, 학습이란 새로운 담화공동체(discourse community)에 참여하는 능력을 키우는 과정이라고 보았다. 이는 몰입교육이 강조한 언어 입력보다 언어 수행(performance)과 참여(participation)를 중시하는 방향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또한 정서적 몰입(emotional immersion)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Barsalou(2008)는 개념 이해가 감각, 운동, 그리고 정서적 경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보았으며, Fredrickson(2001)은 긍정 정서가 인지적 확장과 창의적 사고를 촉진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연구는 언어 학습을 단순한 정보 처리 과정이 아니라 정서적 경험의 확장 과정으로 보아야 함을 시사한다.

이와 같은 접근은 서사 기반 학습(narrative-based learning)이나 영화 기반 학습 등에서 구체적으로 실현될 수 있다. 언어는 세계를 묘사하는 수단이 아니라 세계를 구성하는 행위로 기능하며, 학습자는 서사적 사건을 통해 언어의 감정적·문화적 의미를 체화한다. Harris(1998)는 언어가 세계의 복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조직하는 인간 행위라고 보았으며, 이러한 관점은 언어 학습을 ‘몰입’이 아닌 ‘참여’의 과정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요컨대, 몰입교육이 언어를 학문적 지식의 매개로 보았다면, 대안적 접근은 언어를 세계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경험의 일부로 파악한다. 이러한 전환은 학습자가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단계를 넘어, 언어를 통해 세계와 관계 맺고 정서적으로 참여하는 새로운 학습 모델을 제안한다.

5. 몰입교육 연구의 최근 경향과 한계

최근 몰입 및 체험 기반 언어학습 연구는 학습자의 정서적 참여, 다중모드(multimodal) 자원 활용, 그리고 비형식적 학습 공간 확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Rahmanu와 Molnár(2024)는 34편의 연구를 종합한 체계적 고찰에서, 영어교육에서의 다중모드 몰입(multimodal immersion)이 시청각 자료, 가상현실(VR), 게임 기반 플랫폼을 통해 학습자의 집중과 정서적 반응을 동시에 강화한다고 보고하였다. Weng 외(2024)의 연구 역시 K–12 수준의 제2언어 학습에서 몰입형 기술(immersive technologies)이 발음 정확도, 이해도, 학습 동기를 유의미하게 향상시킨다고 밝히며, 몰입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을 뒷받침하였다.

한편, Kusyk 외(2025)는 비형식적 제2언어 학습(informal second language learning)에 관한 스코핑 리뷰를 통해, 학습자가 교실 밖 디지털 환경에서 자발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행위가 언어 몰입의 새로운 형태로 부상하고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흐름은 학습의 경계가 제도적 환경을 넘어, 팬덤, 온라인 커뮤니티, 소셜 미디어 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또한 Ulfat(2025)은 제2언어 학습과 탈현실적 동기(escapism) 간의 질적 관계를 탐색하며, 학습자가 몰입 경험을 통해 현실의 제약을 벗어나 정서적 자율성을 확보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는 언어 학습을 단순한 인지적 과제에서 감정적·서사적 체험으로 재정의하려는 최근의 경향과 맞닿아 있다.

이와 병행하여, CLIL과 이중언어 몰입 프로그램에 대한 최신 메타분석 연구들은 프로그램 효과의 맥락적 요인을 조명하고 있다(Kaiypova 외, 2025). 학습자 연령, 과제 설계, 정서적 환경이 언어 성취도에 유의미한 조절 효과를 갖는 것으로 나타나며, 단순한 언어 노출보다 학습자의 참여와 정서적 몰입이 핵심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영화·서사 기반 수업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된다. Pavithra와 Gandhimathi(2024)는 영화와 시리즈를 활용한 다중모드 수업이 의사소통 능력, 비언어적 이해, 감정 표현의 정확도를 높였다고 보고하였고, Thomas와 Manalil(2025)은 영화 감상을 통한 감정지능 교육이 언어적 자각과 정서적 공감 능력을 강화한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최근의 선행 연구들은 전통적인 몰입교육이 전제하던 언어 입력 중심 모델을 넘어서, 학습자를 맥락 속의 행위자로 보는 관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이러한 연구 흐름은 언어를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세계 속 참여의 행위로 이해하려는 관점의 확산을 뒷받침하며, 본 연구가 제안하는 영화 기반의 참여적 학습(world-participatory learning)의 이론적 근거를 제공한다.

III. 연구방법

1. 연구 질문

중하위권들의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도 가치가 있다. 중하위권 중에는 영어를 잘하고 싶지만 그들에게 맞는 환경이 주어지지 않아서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어린이의 몰입적 언어 발달을 성인 학습의 맥락에서 재해석하고, 영화라는 서사적 매체를 통해 대학생 학습자에게 새로운 언어 경험의 장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본 연구에서는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몰입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언어가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실험적으로 탐색하였다. 특히 학습자의 일지(journal)2에 나타난 서사적 표현과 감정적 반응을 중심으로 몰입과 언어 발달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였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다음과 같은 연구 질문을 설정하였다.

첫째,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은 대학생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언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

둘째, 학습자의 자발적 몰입(voluntary immersion)은 언어의 발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가?

셋째, 이러한 몰입적 언어 경험은 전통적인 언어 학습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적 효과를 가지는가?

2. 교재

본 연구의 교재는 캐나다 CBC와 Netflix가 공동 제작한 TV 드라마 빨간 머리 앤(Anne with an E, Walley-Beckett, 2017–2019)이다. 본 작품은 Lucy Maud Montgomery의 고전 소설 빨간 머리 앤(Anne of Green Gables, Montgomery, 1908/1998)를 원작으로 하며, 원작의 서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였다. 주인공 앤 셜리(Anne Shirley)는 상상력과 감수성이 풍부한 소녀로, 언어를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하고 정체성을 형성해 나간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언어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를 넘어 세계를 인식하고 재구성하는 매개체임을 잘 보여 준다.

이 작품을 교재로 선정한 이유는 세 가지이다. 첫째, 빨간 머리 앤은 감정, 상상, 대화가 풍부하게 얽힌 서사적 구조를 지니고 있어 학습자가 인물의 시선과 감정에 몰입하기에 적합하다. 둘째, 작품 속 언어는 일상적이면서도 문학적 표현이 조화를 이루어, 학습자가 실생활 언어와 표현적 언어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다. 셋째, 주인공 앤이 언어를 통해 세상을 해석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과정은 본 연구가 추구하는 언어 발현의 과정을 관찰하기에 매우 유용하다.

본 연구에서는 시즌 1의 주요 장면을 중심으로 교재를 구성하였다. 특히 앤이 마릴라(Marilla)와 매튜(Matthew)와 함께 새로운 가정환경에 적응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장면, 그리고 다이애나(Diana)와의 우정을 통해 감정과 언어가 동시에 성장하는 장면을 중심으로 분석하였다. 이러한 장면들은 학습자가 인물의 내면에 감정적으로 동화되고, 그 과정에서 언어 표현을 자발적으로 탐색하게 만드는 서사적 자극을 제공한다.

결과적으로 빨간 머리 앤은 본 연구의 목적에 부합하는 몰입형 교재로서, 학습자가 언어를 지식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속 세계에 참여하며 의미를 경험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3. 피험자의 배경과 학습환경

본 연구의 참여자는 서울 소재의 한 대학의 무용학과에 재학 중인 8명의 학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대학 2–3학년에 재학 중이며, 전공 특성상 언어 학습보다는 신체 표현과 실기 중심의 학습 환경에 익숙한 집단이다. 따라서 언어적 몰입(linguistic immersion)보다는 신체적 몰입(physical immersion)에 더 친숙한 이들의 학습 특성은, 본 연구가 탐색하고자 하는 ‘몰입의 결핍 상태에서의 언어 발현’이라는 문제와 긴밀히 맞닿아 있다.

이들은 영어 학습 경험이 매우 제한적이다. 참여자 모두 TOEIC 등 공인 영어시험을 치른 경험이 없으며, 대부분 고등학교 이후 영어를 체계적으로 학습한 적이 없다. 영어로 글을 읽거나 소리 내어 말하는 활동에 대해 상당한 심리적 부담과 쑥스러움을 표현하였다. 이러한 특성은 그들이 전형적인 외국어 학습자의 언어 불안(language anxiety)을 지니고 있음을 보여주며, 본 연구의 실험 환경에서 몰입의 회복이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관찰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제공한다.

또한 이들은 전공 실습으로 인해 매일 강도 높은 신체 훈련을 수행하고 있으며, 정기 공연 준비나 무대 리허설 등으로 일정이 불규칙하다. 이러한 물리적 피로와 시간적 제약은 학습 몰입을 방해하는 외적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동시에 언어적 몰입이 의도적이고 자발적으로 일어날 때 어떠한 의미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를 탐색하기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실험은 이들의 전공 실습 일정과 병행하여 진행되었으며, 참여자들은 학교 내 스튜디오와 미디어실에서 영화를 시청하고, 시청 후 개별 학습 일지를 작성하였다. 물론 이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원하는 참여자만 의견을 써서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그리고 실험 환경은 학습자가 긴장감을 최소화하고 감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조성되었다.

4. 절차

사례 연구의 참여자들이 중하위권 학습자였기 때문에 이들을 학습 장면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환경 조성에 중점을 두었다. 중하위권 학습자의 몰입을 유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므로, 교사는 참여자들에게 “여러분이 할 일은 영어 문장의 이해에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문장이 담고 있는 메시지가 무엇인지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즉, 언어 형식이 아니라 영화의 서사에 집중하는 것이 곧 몰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수업 설계를 적용하였다. 첫째는 수업 시간을 30분으로 한정하였다. 학습 시간이 길어서 지루함을 느끼는 것을 고려한 것이다. 둘째는 자료를 제공할 때는 대사마다 우리말로 번역을 달아서 해석의 두려움을 가지지 않도록 하였다. 셋째는 수업을 이야기 중심으로 하고 가급적 영어라는 언어가 위협이 되지 않도록 하였다. 우리말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험자들의 참여도는 높을 것이라는 예상을 한다. 이런 식으로 10회의 수업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 중심이라고 하여 이야기만 늘어놓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이야기를 할 때는 설명언어와 서사 언어가 있다3. 아동은 설명할 수 있기 전에 이야기를 할 수가 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서사 언어가 먼저 시작되고 설명 언어는 후에 따라오게 되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Appendix 1에 서사 언어로 가르친다는 것이 무엇인지 예시를 제시해 두었다.

절차를 정리하면, 피험자는 제일 먼저 몰입을 통하여 이야기의 세계로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리고 그 세계의 규칙이 무엇인지를 발견해 낸다. 이 과정에서 피험자들은 세계 안에서 각자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아내야 한다. 그렇게 되면 대화에서 사용된 언어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의미를 지니게 되며 언어발달의 시작점에 있게 될 것이다.

5. 평가

평가는 모두 4개의 테스트로 이루어졌다. 이 중에 3개는 우리말로 구성되었다. 피험자들의 영어 능숙도가 중하위 수준이고 사례 활동이 우리말로 진행되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우리말로 질문하고 응답하도록 한 것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이야기 이해 테스트이다. 목적은 피험자들이 이야기 세계의 기본 구조에 진입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이다. 어린이가 태어나서 세상에 나오듯이 L2 대학생들에게도 그들과 같은 세계의 경험을 맛보게 하기 위함이다. 두번째 테스트는 상황과 의미 파악 테스트이다. 첫번째 테스트보다 한 단계 더 이야기 세계 내부로 들어가게 된다. 이번에는 그 세계의 규칙과 압력4을 인식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 중국집에 가면 그 음식점의 규칙을 따라야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그 공간에서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와 같은 논리이다. 세 번째 테스트는 감정과 몰입 이해 테스트이다. 만약 세계 안으로 들어갔다면 안의 위치에서 이야기에 반응할 줄 알아야 한다. 감정이 언어 설명이 아니라 경험으로 작동하는 것이다. 빨간 머리 앤 드라마를 예로 들면 매튜가 앤을 집으로 데려와서 하룻밤을 재우게 된다. 어쩌면 학생들은 이 상황을 언어로 설명하게 되면 ‘앤은 감사하게 생각했을 것이다’라고 말할 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계 안에 있는 사람이라면 ‘앤은 이 순간을 집에 대한 감각으로 경험할 것이다’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이 3개의 테스트는 모두 이야기로 답안을 작성하는 것이어서 정답은 있을 수 없다. 이 테스트들의 중요성은 그들이 저지르는 오류에 있다. 그 오류가 세상 밖에서 저지른 것이면 그때는 정말로 틀린 것이 되고 그 오류가 세상 안에서 저질러진다면 그것은 오류가 아니게 된다.

마지막으로 네번째 테스트는 영어가 포함된 테스트이다. 이전 테스트들은 철저하게 우리말로 묻고 답을 하였지만 영어 테스트에서는 질문에 영어가 포함되어 있다. 이전 3개의 테스트는 피험자들의 세계 진입 여부와 내적 서사 처리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전적으로 우리말로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영화 기반 몰입 환경에서 언어 이전의 이해가 어떻게 형성되는지, 즉 서사 참여의 초기 단계가 언어 생성 이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한 목적에서 설계된 것이다. 그러나 피험자들이 영어가 없는 테스트에 대한 회의감을 보일 수가 있다. 이러한 심리적 그리고 인지적 불일치를 완화하기 위하여 영어 이해 테스트를 추가한 것이다.

그러나 본 연구는 영어를 가르치는 연구가 아니다. 영어가 시작되도록 세계를 마련한 연구라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영어 테스트는 피험자의 외현적인 불안을 감소시키고 몰입 기반 학습 경험과 언어 입력 경험 사이의 인지적 일관성을 제공하기 위한 보정장치(calibration device)로 기능하였다고 할 수 있다.

IV. 결과 및 분석

본 연구는 빨간 머리 앤을 활용한 몰입 연구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본 사례 연구의 테스트들은 언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이야기 세계로 피험자들이 진입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지를 테스트를 통해 묻고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음에 기술할 세가지 테스트는 이야기를 아는지, 다음은 상황을 이해하는지, 마지막으로 그 세계 안으로 들어갔는지를 단계적으로 확인하려는 장치가 된다.

1. 이야기 이해 테스트

이 테스트는 몰입 시작 전 단계라고 하겠다. 피험자들이 드라마를 관찰하는 입장을 취하고 참여자는 아직 아닌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는 누가 누구인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사건의 순서와 표면적 사실들을 묻는다(참조, Appendix 2). 이 단계에서는 12개의 문항을 우리말로 피험자들에게 제시를 하였다. 그들은 우리말로 답변을 하면 된다. 결과는 Table 1과 같다.

Story Comprehension Test Results

Table 1이 보여주는 것은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이야기의 표면구조를 안정적으로 이해했다는 점이다. 8명의 피험자 중 5명이 90% 이상의 점수를 받았고, 최저 점수가 66.7%로 낮지만 한 명에 불과 했으며 전반적으로 점수 편차가 크지 않다. 이 테스트는 누가 이야기를 이해했는지를 가르는 도구가 아니고 모두가 이야기 세계에 기본적으로 진입했다는 것을 확인하는 역할을 담당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피험자 대부분이 이야기를 놓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 표에서 조심할 점은 점수 차이에 대한 과도한 해석이다. 예를 들어 A는 83.8%이고 B, C, D, E, 그리고 G가 91.7%를 받아서 차이가 있다고 해도 이 차이는 몰입의 차이나 이해 깊이의 차이는 아니다. Table 1의 오류에 대한 언급을 보면 대부분의 오류가 작은 것으로 보아 표면적인 요인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H(66.7%)와 F(75.0%)가 점수가 낮다고 해서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고 볼 수는 없다. 이 점수는 이야기의 흐름은 따라갔으나 세부 사실에서 일부 이탈이 있었을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탈을 했어도 세계 진입 자체는 실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2. 상황과 의미 이해 테스트

이 테스트의 목적은 피험자들이 이야기 속 상황을 맥락안에서 해석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건을 정보가 아니라 상황으로 이해를 하는지 묻는 것이다. 이 테스트가 의미하는 몰입 단계는 이야기 세계의 규칙과 압력을 인식하는지, 인물의 행동을 이해 가능한 선택으로 보기 시작하는지 등을 통하여 피험자들이 관찰자에서 상황 해석자로 이동이 가능한지를 관찰하는 것이다(참조, Appendix 3). 이 단계에서는 10문항을 우리말로 제시하였다. 첫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피험자들은 우리말로 답변을 하는 것이다. 결과는 Table 2와 같다.

Contextual and Situational Interpretation Test Results

Table 2 전체 결과에 대한 1차 해석을 먼저 해 보면, 피험자 중 4명(A, E, G, H)은 100%, 2명(C, D)은 90%, 1명(F)은 80%, 그리고 마지막 1명(B)은 70%이다. 다수의 피험자들이 80-100% 구간에 집중되어 있다. 첫 번째 테스트(이야기 이해)보다 범위(range)가 다소 증가했지만5 이는 부정적 신호라기보다는 인지 요구 수준이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결과로 볼 수 있다. 또한 점수 산포가 동일한 방향으로 수렴하지 않고 서로 다른 해석 위치로 분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Table 2에서 나타난 점수 분포의 확장은 이야기 이해의 실패라기보다, 상황 해석 개입 수준의 차이가 가시화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Table 2에서 소홀히 다룰 수 없는 것은 오류에 대한 해석이다. 오답의 범주를 보면 주관적인 답변, 문맥에서 벗어남, 질문의도 잘못 읽음, 그리고 부족한 답변이다. 이 오류들은 이야기를 몰라서 틀린 것이 아니다. 이야기를 자기 관점에서 재해석하다가 벗어난 경우이다. 따라서 오답이라고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다음으로 피험자들이 몰입 단계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는 피험자들이 관찰자의 입장에서 상황 해석자의 역할로 이동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다. Table 2의 결과는 이 이동이 실제로 발생했음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왜냐하면 피험자들이 사건을 설명하려 들기 시작하고 일부는 질문을 넘어서 자기 해석을 덧붙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고 상황 안에 들어가서 해석을 시도했다는 증거가 되기도 한다.

Table 2를 보면 주관적인 답변이 4명의 피험자들에게서 나타났다. 이러한 답변이 몰입에 실패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본 연구에서는 몰입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몰입 전단계라면 질문을 그대로 따라가며 안전한 답변을 선택하는 것이다. 반면에 몰입 진입 단계에서는 피험자들이 맞닥뜨리는 상황을 그들 나름대로 창의적인 해석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질문을 단순히 시험 문제로 보는 것이 아니고 이야기 속 상황으로 다루기 시작한 상태라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피험자 B와 F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B는 오류 원인이 주관적이고 문맥을 이탈하고 질문의 의도를 오독한 경우이다. 이 경우에 B는 몰입이 부분적으로 발생하였고 이야기의 규칙보다는 자기 감정과 추론이 앞선 단계를 보여주었고 결과적으로 과잉 해석형 초기 몰입으로 볼 수 있다. 피험자 F는 오류 원인이 주관적이거나 부족한 답변에 있었다. 그녀는 상황은 이해를 잘 하였고 몰입도 있었으나 표현이 완결되지 못한 상태를 드러내었다.

요약하여 보면 Table 2의 결과는 피험자 다수가 이야기 속 사건을 정보 차원이 아니라 상황적 맥락 안에서 해석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었다. 오답의 대부분이 사실 오류가 아니고 주관적 해석이나 질문 의도의 확장으로 나타났다는 점은 피험자들이 더 이상 외부 관찰자의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이야기 내부에서 의미를 구성하려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 마디로 피험자들이 이야기 세계의 규칙과 압력을 인식하기 시작한 몰입의 초기 국면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3. 감정과 몰입의 이해(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기) 평가

이번 테스트의 목적은 피험자들이 과연 이야기 세계 안으로 들어갔는지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이야기 안에서 반응을 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 테스트가 의미하는 몰입 단계는 피험자들이 이야기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위치에서 판단을 하는 지를 말하는 것이다. ‘앤이라면’이 아니라 이 상황에서 이렇게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 이 단계이다(참조, Appendix 4). 이 단계에서도 10개의 문항을 주었고 피험자들은 우리말로 답하는 것이었다. 결과는 Table 3과 같다.

Emotional and Immersive Engagement Test Results

결론부터 말을 하자면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이야기를 이해한 것을 넘어서 이야기 내부의 위치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단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Table 3의 점수 분포를 보면 8명중 5명(A, D, E, F, H)은 만점을 받았다. 1개를 틀린 2명(B, C)은 주관적 해석을 하였고 나머지 1명(G)은 두 번째로 가능한 답변을 주어서 아쉽게 틀렸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틀린 3명의 오류는 이야기 안에서의 해석 차이이지 근본적으로 상황을 이해하는 것에서 실패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하면 등장 인물을 관찰하는 위치가 아니라 사건을 겪고 있는 위치에서 판단했다는 말이다. 따라서 오류를 범한 피험자들도 몰입의 실패가 아니고 몰입의 변이라고 하겠다.

Table 3의 결과를 종합적으로 보면 피험자들이 인지적 이해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고 본다. 상황을 이해하고 인물 관계를 파악하고 사건 흐름을 인식하는 면에서는 조금도 문제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피험자들의 감정 반응이 자동화 단계로 진입을 한 것이다. 여기서 자동화라는 것은 피험자들이 생각해서 답을 쓰는 것이 아니고 해당 장면에서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다는 말이다.

요약하여 보면, 세 번째 테스트 결과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이야기 내용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이야기 세계 내부의 위치에서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특히 오답인 응답들 조차도 이야기 외부의 오해나 상황 인식 실패가 아니라, 이야기 내부에서 발생 가능한 주관적 해석 혹은 대안적 감정 반응에 해당되었다. 이는 피험자들이 등장인물을 관찰하는 입장이 아니라, 사건을 직접 겪는 관점에서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본 연구에서 정의한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기 단계의 몰입이 상당 부분 달성되었음을 보여준다.

4. 영어 질문 형식을 통한 맥락 기억 확인 테스트

피험자들이 전적으로 우리말로만 묻고 답하는 테스트에 대해 영어에서 너무 멀다고 느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영어가 들어간 10개의 문항을 제시하였다(참조, Appendix 5). 답변은 우리말로 하지만 최소한 영어로 질문을 경험하게 된 것에 대해 결과와 그들의 의견을 보여주려 한다6.

Table 4의 테스트가 문항이 영어로 제시되어 있었지만 대부분의 피험자들이 높은 정확도로 과제를 수행하였다. 점수를 보면 8명중 5명(A, E, F, G, H)이 만점을 받았다. 나머지 3명(B, C, D)의 점수도 높은 정답률을 보였다. 이는 피험자들이 영어 문항을 언어 그 자체로 해석하려 애쓰기보다는 이미 형성된 이야기 세계와 상황 이해를 바탕으로 질문의 의미를 처리했음을 시사한다. 오답의 성격을 보더라도, 첫째는 명확한 워딩의 부족에 기인한 것이며, 두 번째로 가능한 답변은 영어를 이해하지 못해 발생한 오류라기보다, 의미 해석의 선택 문제에 가까운 경우로 보였다. 이는 영어 문항이 이해의 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보여 준 것이다.

English Test Results

이 영어 테스트 결과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첫째는 영어 노출이 인지적 부담으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인지적 부담이라는 의미는 피험자들이 영어를 외국어 시험 문항으로 간주하지 않고 앞선 테스트와 마찬가지로 이미 형성된 이야기 맥락 안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영어가 평가 대상이 아니라 세계의 일부로 기능을 한 점이다. 다시 말하면 영어가 독립적인 언어 과제가 아니라, 이야기 세계를 구성하는 요소로 작동하였다는 말이다. 셋째는 우리말 답변을 유지한 설계의 타당성이 확인된 점이다. 답변을 우리말로 하도록 한 설계는 영어 이해 여부를 과도하게 평가하지 않으면서도, 피험자들이 영어 입력을 무리 없이 처리하고 있음을 확인하는데 효과적이었다.

요약하여 보면 영어 테스트에서도 피험자들은 전반적으로 높은 수행도를 보였으며, 이는 영어 문항이 이해의 장애로 작용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오답의 경우에도 영어 이해 실패가 아닌 의미 해석의 선택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나, 피험자들이 영어 문장을 이야기 세계 안에서 자연스럽게 처리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러한 결과는 본 설계에서 영어가 평가의 대상이 아닌 서사 세계의 일부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사료된다. 쉽게 말하면 피험자들은 영어로 물었지만 영어를 시험이 아니라 이야기의 언어로 받아들인 것이다.

5. 논의

첫째,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은 대학생 학습자가 자발적으로 언어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가?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은 피험자들에게 언어를 학습 대상으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 세계에 참여하기 위한 일종의 자원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자발적인 언어 참여를 유도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자발성은 강요된 산출(output) 요구가 아니라 이야기 이해로부터 시작하여 상황 해석으로 가서 감정에 관여하더니 영어를 수용하는 점진적 몰입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발생된 것이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는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이 대학생 학습자들에게도 충분히 작동하는 참여 기반 언어 환경임을 실증적으로 보여준 사례라 하겠다.

둘째, 학습자의 자발적 몰입은 언어의 발현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가?

직접적인 산출 실험이 없으므로 언어 발현이 일어났다고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본 연구에서 수집된 이야기 이해, 상황·의미 파악, 감정·몰입 이해, 그리고 영어 입력 처리에 관한 네 가지 테스트 데이터는 피험자들이 언어를 외부의 학습 대상으로 처리하던 상태에서, 이야기 세계에 참여하기 위한 내부 자원으로 재구성하는 단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준다.

이동의 증거는 4개의 테스트 모두에서 보인다. 이야기 이해 테스트에서는 피험자들이 언어를 조각이 아닌 사건 연쇄로 처리를 하였다. 개별 문장의 의미가 아니라 사건의 흐름과 인과 관계를 안정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영어 테스트에서는 영어 입력에 대한 저항이 감소된 것을 볼 수가 있었다. 질문이 영어로 제시되었음에도 그들은 회피 없이 질문을 이해하고 응답을 하였다. 오류 역시 언어 불안이 아닌 문항 표현의 중의성에 따른 해석 문제로 사료되었다. 한마디로 피험자들은 언어를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닌 세계 접근 수단으로 인식을 한 것이다. 결국 본 데이터는 자발적 몰입이 학습자를 아직 말하지는 않았지만, 말이 필요해지는 상태로 이동시켰음을 보여준다.

셋째, 이러한 몰입적 언어 경험은 전통적인 언어 학습 방식과 비교할 때 어떤 차별적 효과를 가지는가? 본 연구는 몰입적 언어 경험이 전통적인 언어 학습 방식보다 즉각적인 언어 산출을 더 많이 유도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학습자가 언어를 대하는 방식, 그리고 언어가 학습자 내부에서 조직되는 경로에 있어 질적으로 다른 학습 효과를 보여준다.

다른 학습 효과에 대해 언급을 하자면 첫째, 언어를 배워야 할 대상에서 써야 할 이유로 전환이다. 둘째, 입력의 성격 변화이다. 문법이나 어휘 목록과 같은 입력이 아니라 사건으로 묶인 경험 단위로 처리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셋째, 감정이 부가 요소가 아니라 이해의 동력이 된다. 기존에서는 감정은 동기 유발 장치나 흥미 요소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을 우리는 안다. 한편 본 연구에서의 감정과 몰입 이해 테스트에서는 감정은 정답을 고르기 위한 장식이 아니라 상황과 의미를 해석하는 핵심단서로 기능한 것이다. 넷째, 중요한 변화인데 영어에 대한 태도가 회피에서 수용으로 변화된 것이 보였다. 전통적 방식에서는 영어 입력은 평가 신호이지만 본 연구에서는 영어 입력은 이야기 접근 수단인 것이다.

V. 결론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일상에서의 몰입과 영어 교육에서의 몰입 프로그램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전자의 경우는 감정에 기반을 둔다면 후자는 인지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에서는 영어에 자신이 부족한 중하위권을 고려하고 있기 때문에 인지에 기반을 둔 방법은 중하위권에게는 과부하가 걸리기 쉽다. 따라서 본 연구는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이 대학생 학습자의 언어 학습 경험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특히 자발적 몰입이 학습자의 언어 참여 방식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언어 발현 이전 단계에서 어떤 상태 이동을 만들어내는지를 네 가지 몰입 관련 테스트를 통해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은 학습자(이 문맥에서는 피험자)가 언어를 외부에서 분석하고 평가받아야 할 학습 대상으로 인식하기보다, 이야기 세계에 참여하기 위한 내부 자원으로 인식하도록 유도하였다. 피험자들은 이야기 이해와 상황, 의미 파악을 통해 언어 입력을 개별 문장이 아닌 사건의 흐름으로 조직하였으며, 감정과 몰입 이해 테스트에서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서사 맥락 안에서 해석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영어 질문으로 제시된 테스트에서도 영어 입력을 회피하지 않고 처리함으로써, 영어를 시험 언어가 아닌 세계 접근의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태도 변화를 보여주었다.

다만 본 연구는 자발적 몰입이 실제 언어 산출로 이어졌음을 직접적으로 측정하는 실험을 포함하지 않았다. 따라서 본 연구의 결과를 언어 발현의 발생으로 단정적으로 해석하는 데에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본 연구가 제시하는 바는 언어 발현 그 자체가 아니라, 언어 발현 이전 단계에서 학습자의 언어 처리 방식과 참여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가에 대한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자발적 몰입이 피험자들을 아직 말하지는 않지만, 말이 필요해지는 상태로 이동시키는 인지적, 정서적, 그리고 상황적 조건을 형성했음을 보여준다. 그들이 언어를 암기하거나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대하는 대신, 이야기를 이해하고 감정적으로 참여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언어를 호출하게 되었으며, 이는 언어가 피험자 내부에서 조직되는 방식의 질적 전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전통적인 언어 학습 방식이 정확성과 즉각적인 산출을 중심으로 언어 학습을 설계해 왔다면, 본 연구의 몰입적 언어 경험은 언어가 학습자 안에서 형성되는 경로 자체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차별적이다. 이러한 접근은 단기적인 성취를 직접적으로 보장하지는 않지만, 장기적인 언어 발달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 조건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교육적 함의를 가진다.

향후 연구에서는 자발적 몰입 이후 나타나는 자발적 발화, 서사 재구성 발화, 또는 내적 독백과 같은 언어 산출 자료를 포함함으로써, 몰입과 언어 발현의 관계를 보다 정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언어 발현의 결과를 제시하기보다, 언어가 시작되기 직전의 상태를 포착함으로써 영화 기반 몰입 환경이 성인 언어 학습에서 가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사료된다. 한 마디로 본 연구는 언어를 가르친 연구가 아니라, 언어가 시작되도록 세계를 마련한 연구라고 하겠다.

이런 관점을 기준으로 제언을 하고자 한다. 본 연구 결과는 대학 및 성인 학습 환경에서 영화 기반 몰입 접근을 적용할 때 몇 가지 실천적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 언어 입력을 개별 표현이나 문법 단위로 제시하기보다, 이야기 세계의 규칙과 관계 구조를 먼저 이해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학습자의 몰입과 이해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 둘째, 학습 초기 단계에서 언어 산출을 강하게 요구하기보다, 세계 이해와 맥락 기억 형성을 우선하는 것이 이후 언어 이해를 보다 자연스럽게 촉진할 수 있다. 셋째, 영어 입력은 난이도 조절의 수단이 아니라, 이미 형성된 이야기 세계 기억을 활성화하는 장치로 활용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영화 장면을 단순 감상 자료로 사용하는 대신, 세계 규칙, 정체성 형성, 상호작용 절차를 탐색하는 활동으로 구조화할 경우 대학생 학습자의 참여와 의미 구성 과정이 강화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고 하겠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성을 언급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몇 가지 제한점을 가진다. 첫째, 본 연구는 자발적 몰입이 학습자의 이해와 의미 구성 과정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 분석하였으며, 실제 언어 산출으로의 전환 과정을 직접적으로 측정하지는 못하였다. 향후 연구에서는 장기 추적 설계를 통해 몰입 경험이 실제 발화 능력이나 언어 사용 행동으로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탐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본 연구는 제한된 참여자 집단과 특정 영화 기반 수업 맥락을 중심으로 진행된 사례 연구로서, 결과의 일반화에는 신중함이 요구된다.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학습자 집단과 교육 환경에서 동일한 접근을 적용하여 비교 분석을 수행할 필요가 있다. 셋째, 본 연구는 이야기 세계 이해와 맥락 기억 형성에 초점을 두었기 때문에 전통적인 언어 능력 평가와의 직접 비교는 수행되지 않았다. 향후 연구에서는 세계 기반 몰입 접근과 기존 언어 교육 방법 간의 상호 보완적 관계를 검토하는 연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Notes

1

Sweller(1988)는 초기에 문제 해결과 인지부하에 관한 연구를 하였고 Chandler와 Sweller(1994)는 내재(intrinsic)와 외재(extraneous) 구분을 정립하였으며, Sweller 외(1998)는 정교화(germane) 개념을 추가하였다. 이 이후에 현재의 인지부하 이론이 만들어진 것이다.

2

매번 피험자들이 그날의 수업에 대한 피드백을 보냈지만 본 연구에서는 그 내용을 밝히지 않는다. 이유는 피험자들이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3

Mayer(2021)는 학습은 경험(experience)과 설명(explanation) 둘 다 필요하지만 의미 있는 경험 없이 설명만으로는 스키마는 만들기가 어렵다고 하였다. 여기서 경험이 곧 서사 언어로 형성되는 것이다. Bruner(1986), Nelson(2007), 그리고 Ochs와 Capps(2001)도 서사 언어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4

본 연구에서 ‘세계의 압력(world pressure)’이란 이야기 세계 내부에서 작동하는 사회적 규칙, 관계 구조, 기대 규범 등이 결합되어 인물의 행동과 언어 선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거나 제한하는 힘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긴장이나 제약을 넘어, 세계 자체가 참여자에게 요구하는 상호작용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5

첫 번째 테스트에서는 최고가 91.7% 최저가 66.7%이어서 범위가 25.0%인 반면 두 번째 테스트에서는 최고 100%에서 최저 70%이므로 범위가 30%가 되었다.

6

본 연구에서 영어 질문을 포함한 테스트는 영어 어휘력이나 문장 해석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학습자가 이미 형성한 이야기 세계에 대한 기억과 맥락 이해가 언어 형식이 한국어에서 영어로 전환되더라도 유지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비록 학습자의 영어 어휘 지식이 제한적이었으나, 문장 내 일부 핵심 단어만 인식하더라도 이전에 형성된 상황 기억과 서사 맥락을 통해 의미를 재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이는 이해가 개별 어휘 해석에만 의존하지 않고, 이야기 세계에 대한 기억 구조에 의해 지탱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7

부록 1은 첫 문단에서 괄호 안에 있는 선생님 지시사항만 영어로 옮긴 것이고 우리말로 되어 있는 질문을 모두 영어로 옮긴 것임.

8

부록 2–4까지는 우리말로 주어진 문항들을 영어로 옮긴 것임.

9

부록 5는 괄호 안만 우리말로 주어진 지시문을 영어로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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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endices

Appendix 17. Narrative Language–Based Story Construction Task

Appendix 28. Story Comprehension Test (Sample Items)

Appendix 3. Contextual and Situational Interpretation Test (Sample Items)

Appendix 4. Emotional and Immersive Engagement Test (Entering the Storyworld) (Sample Items)

Appendix 59. English Test (Sample Ite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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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information Continued

Table 1.

Story Comprehension Test Results

Participant No. of Correct (%) No. of Incorrect Error Remarks
A 10 (83.8%) 2 · One factual recall error (minor)
· One question-interpretation error (minor)
B 11 (91.7%) 1 · No answer provided (major)
C 11 (91.7%) 1 · Factual recall error (minor)
D 11 (91.7%) 1 · Factual recall error (minor)
E 11 (91.7%) 1 · Factual recall error (minor)
F 9 (75.0%) 3 · Question-interpretation errors (minor)
G 11 (91.7%) 1 · Factual recall error (minor)
H 8 (66.7%) 4 · Factual recall errors (minor)

Note. Total number of test items = 12.

Table 2.

Contextual and Situational Interpretation Test Results

Participant No. of Correct (%) No. of Incorrect Incorrect Error Interpretation
A 10 (100%) 0 0
B 7 (70%) 3 Subjective answer; out of context; misread question intent
C 9 (90%) 1 Subjective answer
D 9 (90%) 1 Subjective answer
E 10 (100%) 0 0
F 8 (80%) 2 Subjective answer; insufficient answer
G 10 (100%) 0 0
H 10 (100%) 0 0

Note. Total number of test items = 10.

Table 3.

Emotional and Immersive Engagement Test Results

Participant No. of Correct (%) No. of Incorrect Incorrect Error Interpretation
A 10 (100%) 0 0
B 9 (90%) 1 Subjective interpretation
C 9 (90%) 1 Subjective interpretation
D 10 (100%) 0 0
E 10 (100%) 0 0
F 10 (100%) 0 0
G 9 (90%) 1 Alternative plausible answer
H 10 (100%) 0 0

Note. Total number of test items = 10.

Table 4.

English Test Results

Participant No. of Correct (%) No. of Incorrect Incorrect Error Interpretation
A 10 (100%) 0 0
B 9 (90%) 1 Insufficient wording clarity
C 8 (80%) 2 Alternative plausible answers
D 9 (90%) 1 Alternative plausible answer
E 10 (100%) 0 0
F 10 (100%) 0 0
G 10 (100%) 0 0
H 10 (100%) 0 0

Note. Total number of test items = 10.